18. 전주 전동성당, 초록바위, 치명자산순교성지, 숲정이 성지(21.8.17.~18.)
2021.8.17.화.~18.수.
이번 여름방학 마지막 성지순례네요.
방학하고 거의 매주 간 것 같아요.
코로나 시국에 조용한 성지에 가는 건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늘이 적어 엄청 덥긴 합니다만..^^;;
시아버지는 결혼 전에 돌아가셔서 한번도 뵌적은 없어요.
베트남전 참전용사셔서 전라북도 임실 호국원에 모셔져 있습니다.
시아버지 기일에 맞추어 시어머니 모시고 다녀왔습니다.
저는 코로나도 심하고 하니
호국원 근처 임실 치즈마을에서 간단한 체험만 하고
올라오고 싶었는데...
아들은 전주 전동성당에 꼭 가야 한다고
난리였어요.ㅜ.ㅜ
그리고 숲정이 성지와 치명자산 순교성지도
꼭 가야 한다고...
남편과 시어머니는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서
고민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성지에 갈 때 숙소에서 쉴 수 있게
전주한옥마을 안 한옥게스트하우스로 숙소를
정했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임실 호국원에 다녀온 후
전주 한옥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운전하느라 힘들었던 남편은 쉬라고 한 후
저, 아들, 시어머니 셋이 전동성당으로
출발했어요..
슬프게도 전동성당은 보수공사 중이었어요.ㅜ.ㅜ
그렇지만 들어갈 수는 있어서 잠시 기도하고 나왔습니다.
성지순례안내부스에 주변 성지도장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서 도장을 찍고
성물방에 가서 여쭈어보니
근처는 다 터만 있어 구지 갈 필요는 없다고
하셨지만, 아들이 초록바위를 꼭 가야 한다고
하여 출발했어요.
풍남문 옆쪽을 따라 걷다가 싸전다리를 건너니 초록바위 터가 있었어요. 초록바위는 안타깝게도 홍수로 인한 제방공사로 확인이 어려웠고 순교자의 모습을 담은 모자이크 작품으로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에서 전주천의 맑은 물에 새와 물고기들을 볼 수 있었어요.
돌아오니 만보앱이 만보를 넘겼다고 축하해주네요.^^;;
풍남문 앞 광장에 세월호분향소와 평화의 소녀상이 있어 감사했어요.
시간이 흘러도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 안타까운 마음.. 속상한 마음...
어머님은 무릎과 다리가 불편하셔서 더는 걷기 힘드셔서 전통찻집에서 쉬시고, 저랑 아들은 경기전을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한복을 빌려입고 사진찍는 선남선녀들이 보기 좋았어요. 코로나로 한옥마을도 예전보다 한산하여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몇년전에는 사람이 굉장히 많고 북적거렸던 듯 한데 문닫은 가게도 많고 사람도 많지 않았어요.
피곤하기도 하고 코로나도 염려되어 음식은 숙소에서 시켜먹기로 하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어요.
아담한 황토집이에요.
푹 잤으면 좋았을텐데 잠이 안와서 자다깨다하니 다음날 너무 피곤했어요. 드립백 커피를 세 개나 내려 찐하게 드링킹..ㅜ.ㅜ
아들은 치명자산순교성지에 가고 싶어 들떠있었어요. 이베드로 성지순례 유튜브 순서대로 가야 한다며 신나게 뛰어갑니다. 전 예상치못했던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ㅠ.ㅜ
시어머니는 오르막을 보시고 포기하시고, 남편은 주차장에서 기다리겠다고 하는데 운동화도 안 신은 저는 황급히 아들을 따라 갔어요.
잠도 충분히 못자고 커피만 들이부었는데 아침부터 오르막을 계속 오르니 속이 울렁거리며 헛구역질이..아들은 여기 오니 힘이 난다며 보이지 않게 앞서가는데 체력이 떨어진 저는 넘나 힘들고 멈추면 모기 물리고..ㅜ.ㅜ 주여.. 소리가 절로 나왔습니다.
성직자 묘역과 십자가의 길 중에 성직자 묘역 쪽으로 갔는데 올라갈 때 십자가의 길로 가고 내려올 때 성직자 묘역을 지나가는 것이 좋다고 나중에 같이 내려온 어르신이 알려주셨습니다. 성직자 묘역을 지나고 계속 올라가도 정상의 성당이 안 보여서.. 눈물이ㅜ.ㅜ
오르막이라서 그렇지 내려오니 육천보정도 밖에 안되긴 하더라구요.. 운동부족인 저에겐 진짜 순례길.. ㅜ.ㅜ 드디어 성당이 보였어요!!
성당 앞에 땀을 닦을 수도도 있고 성당 안에는 시원한 차도 놓여있었습니다. 아름다운 오르간 연주소리까지!!
갑자기 성체조배하는데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세히 이야기하긴 어려웠지만 가정의 문제로 마음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모든 걸 주님께 맡기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직 끝은 아니었..
성당 위로 더 올라가니 순교복자 가족묘역과 천연기암 예수마리아 바위가 보입니다.
바위가 정말 예수님과 성모님의 모습으로 보여 너무나 감동적이었습니다.
정상에서 보이는 전주시의 모습도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내려가려고 하니 어느 쪽으로 내려갈지 고민이 됐어요. 성당에서 계속 아름다운 성가연주가 들려 다시 들어가니 연세 지긋하신 어르신께서 계속 성가를 연주하고 계셔서 잠시 기다렸다 어느 쪽으로 내려가야하는지 여쭈어보니 같이 내려가자고 하셨어요. 긴 시간 미사반주 봉사도 하시고 수요일마다 올라오셔서 오르간 연주로 하느님과 대화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하시는데 정말 존경스러운 어르신이었어요.
어르신을 따라 빠르게 내려왔습니다.
남편과 시어머니가 너무 오래 기다리기도 했고 미사시간도 지나서 아래쪽 평화의 전당, 루갈다 광장 쪽은 차로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아이가 아쉬워하긴 했지만 아이도 너무 지쳐서 그러자고 하고는 마지막으로 숲정이 성지로 향했어요. 솔직히 넓을까봐 겁내며 갔는데 다행히? 작게 십자가의 길만 조성되어 있었어요.;;
전주를 떠나며 시어머니께서 백반이 드시고 싶다고 하셔서 급 검색해서 근처 한국식당에 갔어요.
마음껏 추가해도 추가요금이 없는 1인8000원 백반 맛있게 먹고 올라왔습니다.
치명자산 순교성지 정상에서 흘린 눈물이 마음에 깊이 남는 성지순례였습니다. 마음이 힘들 던 때 지리산 피아골 피정의 집에 가서 느꼈던 감동과 비슷했어요..
오늘 하늘이 특히 더 아름답고 구름의 모습들이 많은 영감을 주어 차 안에서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성지사진 보시며 평온한 시간되시기를 기도합니다.??